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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플레이리스트 #9] 이상은 - 비밀의 화원 2019년 12월이었다. 정확히 기억하는 이유는 여섯 살 딸내미와 제주도에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변종 바이러스가 돌기 시작했다는 뉴스를 봤지만 놀기에 바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이내 그 뉴스를 시작으로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이 선언되고 그 시기의 3~7살의 아이들은 ‘함께’라는 시간을 빼앗겼다. 2020년이 되었고 새 학기가 시작되었지만 여덟 살이던 친구의 아이는 팬데믹 시국이라 학교에 가지 못했고 ‘우리들은 1학년’을 잃었다. 일곱 살 우리 집 딸내미는 그 다음에 해인 2021년 학교에는 갔지만 각자의 책상에 격리된 채 친구와 이야기할 수도 없었고 집에 돌아올 때까지 자리를 벗어나지 못하며 ‘쉬는 시간 함께 노는 즐거움’을 잃었다. 13, 14, 15년생 아이들은 함께할 수 없음에 사회성을 .. 2026. 3. 9.
[오늘의 플레이리스트 #8] 아이유, 임슬옹 - 잔소리 나는 흔히 말하는 MBTI의 ‘F’이다.그런데 어째서인지 서방하고 이야기할 때는 ‘T’가 된다.직업병처럼 어떤 물음이든 해결해야한다는 강박 같은게 있어서답을 찾으려고 하는데사실 서방이 나한테 이야기하는 대부분은 해결하지 못할 문제이고, 그저 공감을 원하는 말들이다하지만 나는 공감을 바라고 하는 말인 걸 알고 있으면서도'회사 생활 그렇게 하면 안된다며' 해결 방법부터사람들한테 전략적으로 말하는 방법까지 한참을 떠들다 보면돌아오는 반응은 맨날 화내고, 잔소리하는 마누라이다. 내 얘기를 안 들을거면 왜 물었냐고번번히 싸우는데도 고쳐지지 않는건, 잔소리고 조언이고 그냥서로 이야기를 듣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만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잔소리와 조언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질문을 한 철수가 질문을.. 2026. 2. 20.
[오늘의 플레이리스트 #7] 윤종신 - Oh my baby 내 나이 열다섯에는 스물다섯쯤 되면 우정도, 사랑도, 일도 남부러울 것 없이 성공해 있을 줄 알았다.스물다섯에는 해가 뜨면 고민거리가 가득했고 해가 지면 술을 마시는 특별한 것 없는 매일을 보냈고,서른다섯에는 일도 육아도 멋지게 해내는 워킹맘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돌아보니초·중·고·대학까지 15년 배운 건 엄마표라는 이름 아래 딸내미 교육에 써먹고 있고,10년 넘게 밥벌이로 했던 일은 집안일을 체계적으로 계획하는 데 써먹고 있다. 딸내미는 초등학생이다.초등학교 때는 하고 싶다는 것만 하면서 살게 하자라고 결심하고 보니국·영·수는 당연하고 사회, 과학, 국사, 세계사, 한문, 예체능 과목까지도딸내미 질문에 대답하다 보면 그 옛날 학교에서 배운 것들을 다 떠올려야 하고같이 놀다 보면 음악, 미술, 체.. 2026. 2. 18.
[오늘의 플레이리스트 #6] 재주소년 - 귤 나의 외가는 제주도이다. 방학이 되면 제주도를 찾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엄마는 8남매의 맏이였고 난 그 맏이의 맏이였다. 그래서였는지 (적어도 내 기억엔) 분에 넘치는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나는 어렸을 때 천식에 가까운 호흡기 질환의 병을 가지고 있었다. 공기가 차가워지는 계절, 특히 밤이 되면 더 심해져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 아침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우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그런 날엔 약도 안 들었고 언젠가 한 번은 응급실에 다녀온 기억도 있다. 어느 해 겨울.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나는 동생들과 외가에 내려가 놀았다. 즐거웠던 그 날, 그 밤. 몹쓸 병이 도져 최악의 날이 되었다. 약도 없었고 엄마도 없었다. 그저 어둠과 공포뿐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아침이 어서 오길.. 2026. 2. 16.
[오늘의 플레이리스트 #5] 토이 - 딸에게 보내는 노래(Vocal. 성시경) "엄마 미안해"나 역시 그런 대답을 들었다고 해서 썩 좋은 기분만은 아닌데나도 모르게 '안돼', '하지 마'라는 말이 먼저 나온다.아이가 말을 배우고 막 걸음마를 시작하던 그때엔,안 된다고 하기 전에, 하지 말라고 하기 전에그러한 것들을 미리 치우거나 대안을 마련해 두겠다며그런 말을 적게 하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엄마 한 번만"놀이던, 책 읽기던 아이는번번이 엄마를 찾는다고 한참 반복 놀이에 빠져 있을 나이라맞장구쳐주다가도 이내 지쳐 돌아서서 그만하자고 한다.그 언젠가 어떤 엄마가 되고 싶으냐는 물음에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누구보다 먼저 찾아 이야기할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 대답했었다. "엄마 어때? 멋지지 않아?""엄마 어때? 좋은 생각이지!"라는 말을 즐기던 3살 꼬마 아가씨는 이제, “엄마.. 2026. 2. 14.
[오늘의 플레이리스트 #4] 김광석 - 바람이 불어오는 곳 중학교 때인가 수업 시간 중에 생애주기를 그래프로 그린 적이 있었습니다.아마도 선생님이 의도하신 바는 장래 희망을 생각하고그걸 이루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하라는 것이었을 테지만저는 아주 비현실적이지만 구체적인 생애주기를 그려서 제출했었습니다. 여러 장래 희망 중 하나는 거창하게도 최초 여자 대통령이었습니다.그래서 대통령이 되는 법을 찾다가 출마 가능 연령이 40세부터라는 걸 알게 되었고대학을 졸업하면 스물셋, 졸업하고 결혼도 바로 하고 애도 바로 낳고동시에 건축가(아빠가 건축업자셔서 건축가도 꿈 중 하나였습니다.)로 돈을 벌면서른 살쯤엔 돈도 적당히 벌었을 테니그렇게 국회의원이 되어서 활동하다마흔에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고 또 바로 당선이 되어 4년 임기를 마치면 (당시엔 임기가 4년이었습니.. 2026.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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