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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는일상/@머리맡의책들99

영화처럼 영화처럼 글. 카네시로 카즈키 / 김난주 옮김 북폴리오 2008 p36 "다음에는 이길 수 있을 거야, 꼭." 용일의 그 말과 웃는 얼굴에 몇 번이나 안도했는지 모른다. 내가 제아무리 힘세 보이는 상대라도 당당히 맞설 수 있었던 것은 설령 지는 한이 있어도 용일이 곁에 있고, 그리고 환한 미소로 나를 구원 해주리란 것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p52 나는 용일의 말에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때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용일에게 의지했는지를 말하고, 고맙다는 인사를 했어야 했다. 아니 단 한마디, 고맙다는 말이면 족했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한 말을 하려 할 때면, 말은 언제나 내 입을 그냥 스쳐 지나, 소리가 되지 않은 채 어딘가로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나는 늘 내 서투른 말 때문에 진심 대신 거짓 .. 2009. 2. 15.
당신의 조각들 당신의 조각들 글. 타블로(이선웅) 달 2008 p69 "너 대학 때문에 멀리 가는 거... 존나 싫겠다..." "꼭 그렇진 않아. 어딘가로 떠나는 거... 나쁘지 않아." "떠나고 싶어?" "여기, 익숙한 이런 데 말고... 다른 곳도 좀 보고 싶어." "아..." 윌이 부드럽게 말했다. "무슨 말인지는 조금 알겠다. 언젠가는, 다 두고 일어나서 가야하는 거지." "그래 맞아" p214 "준석아, 이 사람 정말 불쌍하다. 정말, 정말 미안해." 준석은 신문에서 고개를 들었다. 제니는 손을 뻗어 그의 손 위에 포개놓았다. "나한테 왜 미안해?" "그게... 너도 아시아인이니까." "그래서?" "그러니까, 그래도 그 사람은 너네 사람이잖아." 준석은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무슨 소리야? 난 미국 시민이야.. 2009. 2. 15.
연애를 인터뷰하다 연애를 인터뷰하다 글.사진 이동준 웅진윙스 2008 p219 세상에는 좀더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고 섣부른 판단으로 연애하고 결혼에까지 이르는 커플이 너무나 많다. 그중 상당수는 얼마 못 가 헤어지기도 하고 파경을 맞기도 한다. 출산율이 저조한 만큼이나 이혼율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현실에 일조할 바에야 차라리 솔로가 낫겠다 싶었다. 진짜 내 짝을 찾을 때까지 만이라도 솔로로 지내보자고 마음먹었다. 파트너에게 만족하지 못한 채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 뭐" "일단 결혼하고 나면 그 사람이 다 그 사람이야" 하는 어른들 말씀에 귀를 쫑긋거리며 결혼했다가 얼마 못 가 후회하느니, 연애도 결혼도 좀더 신중하게 생각하기로 한 것이다. -------- W said, 실은 뭔가 더 참신한 내용일꺼라 생각했.. 2009. 2. 15.
연애소설 연애소설 글 카네시로 카즈키 / 김난주 옮김 북폴리오 2008.04.01 p72 연애소설 운명은 언젠가 내게 소중한 것을 줘놓고는, 또 언젠가 가차없이 그것을 빼앗아가 버릴 것인가? 아니면, 벌써 이미? 나는 오른손을 꽉 쥐었다가 다시 천천히 폈다. 그날을 마지막으로 그를 다시 만나는 일은 없었다. 「에프게니 오네긴」은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깨진 레코드와 함께 갖고 있다. 그리고, 나는 지금도 살아 있다. p180 도리에고 씨는 손을 뻗어 내 어깨를 가만히 만져주었다. 너무 푸근해서 아플 정도의 온기. 어디 울쏘냐, 하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허사였다. 도리고에 씨의 온기로 내 안에 얼어붙었던 무언가가가 단숨에 녹아 흐르기 시작한 것처럼, 눈물이 뚝뚝 흘러넘쳤다. "죽고 싶지 않아요." 꺼져들어가는 목소.. 2009. 1. 18.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유럽의 책마을을 가다. 정진국 글.사진 생각의 나무 2008.05.20 p76 부르고뉴의 퀴즈리 마을 조성에 참여한 책방 주인과 동호인들은 세계화라는 대세에 도전하고 있다는 데에 무엇보다 자부심을 느끼낟. 대형 서점에 밀려 몰락하던 군소 서점이 살 길을 찾는 과정에서 '반세계화'라는 명분은 자연스럽게 들리는 것 못지않게 절실한 문제였다. 독서 운동은 추상적인 구호로 해결되지 않는다. 자유로운 사상을 중히 여기는 사람이 책을 아끼듯이, 책방이 곁에 없는데 어디서 책을 구할 것인가. 대도시 중심가, 쇼핑센터에 가서 책을 찾는 것과 동네에서 책을 접하는 것은 다르다. 아침 커피를 마시고 신문을 뒤적이며 하루를 시작하듯이, 방과 후나 일을 끝낸 오후에는 서점에 들르는 게 일상이어야 한다. 누가 너절한 잡지와 참.. 2009. 1. 18.
삶은여행 삶은...여행 이상은 in Berlin 이상은 문학동네 2008.04.04 p65 그래,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평소 다른 사람에게 무뚝뚝한 내가 나를 향한 타인의 작은 친절 혹은 무관심에 모든 신경이 곤두서는 것이다. 나에 관한, 그리고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크게만 느껴지는 것, 그것이 바로 여행인 것이다. p66 ... 솔직히 말할게. 나는 나 자신에게 겁이 난 것 같아. 달라져야 한다는 것, 변해야 한다는 것, ... p129 베를린은 극단적인 양면성을 지닌 도시다. 한쪽에서는 전쟁의 광기를 애써 상기시킨다. 인간의 추악함을 깨닫게 한다. 그런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여리면서도 부드러운 곡선의 편안함을 갖춘 바우하우스가 존재한다. 단 하루 만에 천국과 지옥을 모두 다녀온 듯하다. 그런데 이것이야말.. 2009. 1.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