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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없는일상/@벽에걸린사진19

거미, 김수영 내가 으스러지게 설움에 몸을 태우는 것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 으스러진 설움의 풍경마저 싫어진다. 나는 너무나 자주 설움과 입을 맞추었기 때문에 가을바람에 늙어가는 거미처럼 몸이 까맣게 타버렸다. 거 미 - 김수영 2009. 4. 17.
익숙함이란 것. 일본에서 쭉 사용한 노트북에는 한글 키보드가 아닌, 영문 키보드. 사람의 습관이라는 것이 무서워서 비록 키보드에 한글이 표시 되어 있지는 않지만, 안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손가락이 움직여서 무심코 이렇게 한글을 칠 수 있다는 것. 그런데, 오타가 나서 키보드를 보면 글자 마다의 위치를 몰라서 다시 처음부터 새로 문장을 써야 한다.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도 같은 이치라, 사람에 의한 습관들은 잊혀지지 않고 일부러 떠올리려고 하면 잡히지 않는 것이 사람과의 만남과 헤어짐이다. 익숙해질 정도로 함께 있어줘서 고맙고 무심코 기억해 낼 수 있는 기억을 줘서 고마운, 어디에 있든. 언제가 되든. 고마운 내 사람들. 2009. 3. 4.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나 늙으면 당신과 살아보고 싶어 가능 하다면 꽃밭이 있고 가까운 거리에 숲이 있으면 좋겠어 개울물 소리 졸졸거리면 더 좋을거야 잠 없는 나, 당신 간지럽혀 깨워 아직 안개 걷히지 않은 아침 길, 풀섶에 달린 이슬 담을 병 들고 산책 해야지 삐걱거리는 허리 주욱 펴 보이며 내가 당신 하나 두울 체조시킬 거야 햇살이 조금 퍼지기 시작하겠지 우리의 가는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반짝일 때 나는 당신의 이마에 오래 입맞춤하고 싶어 사람들이 봐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아주 부드러운 죽으로 우리의 아침 식사를 준비할거야 이를테면 쇠고기를 꼭꼭 다져넣고 파릇한 야채 띄워 야채죽으로 하지 깔깔한 입안이 솜사탕 문 듯 할거야 이 때 나직이 모짜르트를 올려 놓아야지 아주 연한 헤이즐럿을 내리고 꽃무늬 박힌 찻잔 두 개에 가득 .. 2009. 2. 25.
우물 안 개구리 우물 안의 개구리를 탓하지 마라, 지금 있는 우물의 높이 보다 더 높이 뛸 수 있는 경험을 갖고 세상 밖으로 나올테니, 오늘을 후회하기 전에 우리는, 나는 과연 새로운 우물 밖 세상을 볼 준비를 하고 있느냐를 생각해야 한다. 우물 안의 개구리를 탓할 수 있는 사람은 꿈이 있는 사람 뿐이다. 우물 안의 우물 밖의 세상에 대한 꿈을 꾸며, 그저 더 높이 뛸 준비를 하고 있을 뿐이다. 2009. 2. 3.
꽃사과 빨갛게 잘 익은 넌 고운 빛의 꽃사과처럼 빛난다. 젊다는 건 이런 것이다. 사진 하나씨 2009. 1. 8.
- 내린 비에 꽃은 떨어지고 계절은 흐른다. 그리고 우리의 시간도 그렇게 흐른다. 081011@하츠다이골목 2008. 10. 12.